진통제, 똑똑하게 알고 먹자!

 

진통제, 똑똑하게 알고 먹자! 습관적인 복용이 부르는 예상치 못한 위험

두통, 생리통, 근육통…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통증에 시달리곤 합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바로 ‘진통제’입니다. 한 알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통증이 가시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진통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고마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혹은 과다하게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진통제의 종류와 올바른 복용법, 그리고 과다 복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우리가 흔히 접하는 진통제의 종류와 복용량

우리가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진통제는 크게 아세트아미노펜 계열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계열로 나뉩니다.

1.1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예: 타이레놀)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 및 진통 효과를 가지며, 위장 장애가 적어 공복에도 비교적 부담 없이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다 복용 시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 1일 최대 복용량: 4000mg

  • 과다 복용 시 위험: 간 독성으로 인한 급성 간염 및 간부전 유발 가능성

미국 급성 간부전 연구 그룹(Acute Liver Failure Study Group)의 데이터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은 급성 간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전체 사례의 45.8%를 차지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1]. 특히 다른 질병으로 인해 진통제를 복용하다가 간염이 발생할 경우, 필요한 항생제 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더욱 위험합니다.

1.2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계열 (예: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덱시부프로펜)

NSAID는 통증 완화뿐만 아니라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 작용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위장 장애와 신장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주요 성분별 1일 최대 복용량:

    • 이부프로펜: 3200mg

    • 덱시부프로펜: 1200mg

    • 나프록센: 1250mg

  • 과다 복용 시 위험:

    • 위장 장애: 소화불량, 속 쓰림, 메스꺼움, 위점막 손상, 심하면 출혈이나 천공 발생 가능성. NSAID는 통증 유발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하는데, 이 과정에서 위산 분비가 늘고 위 점막 보호 물질 분비가 줄어들어 위장 장애를 유발합니다.

    • 신장 기능 저하: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한승석 교수는 대한신장학회 유튜브 채널 ‘내 신장이 콩팥콩팥’에서 "NSAID의 염증 억제 기전이 콩팥 혈류를 방해하여 콩팥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2]. 특히 콩팥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 후 복용해야 합니다.

2. 진통제 과다 복용이 가져오는 예상치 못한 위험: 청력 손상

두 가지 유형의 진통제 모두 과다 복용 시 청력 손상의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샤론 커한(Sharon Curhan)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09년까지 31~48세 여성 간호사 6만 226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진통제(이부프로펜·아세트아미노펜) 복용 횟수와 청력 이상 사이의 연관성이 발견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진통제를 1주일에 2~3회 복용하는 사람은 1회 미만 복용하는 사람에 비해 청력 이상이 생길 위험이 17~20% 높았으며, 1주일에 4~5회 복용하는 사람은 28~29% 더 높은 위험을 보였습니다.[3]. 이는 진통제의 만성적인 복용이 청각 기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3. 추가 연구를 통해 본 진통제의 다른 위험성

진통제의 과다 복용은 위에 언급된 위험 외에도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진통제의 추가적인 위험성을 살펴보겠습니다.

3.1 심혈관계 위험 증가 (NSAID)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JAMA)에 발표된 덴마크 연구팀의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이부프로펜과 디클로페낙 같은 특정 NSAID가 심장마비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연구팀은 100만 명 이상의 덴마크 인구를 대상으로 NSAID 사용과 심장마비 발생률의 연관성을 분석했으며, 특히 고용량 복용 시 위험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4].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미셸 가니에-페랑(Michèle Gariépy) 교수팀 또한 NSAID 복용과 심혈관계 질환의 연관성을 메타분석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들은 NSAID가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소판 응집을 촉진하여 혈전 형성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하며, 특히 심혈관 질환 이력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더욱 신중한 복용을 권고했습니다 [5].

3.2 약물 유발성 두통 (Medication Overuse Headache, MOH)

진통제를 너무 자주 복용하면 오히려 두통이 더 심해지거나 만성화되는 '약물 유발성 두통(MOH)'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두통을 줄이기 위해 복용한 진통제가 역설적으로 두통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현상입니다. 이탈리아 파비아 대학의 지안 안드레아 마테이(Gian Andrea Mattei) 교수팀은 MOH가 주로 편두통 환자에게서 나타나며, 카페인 함유 진통제나 복합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할 때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고했습니다 [6].

국내에서도 대한두통학회는 MOH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한 달에 10일 이상 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 전문가와 상담하여 약물 복용 계획을 재조정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3.3 골절 치유 지연 (NSAID)

일부 연구에서는 NSAID가 골절 치유 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제시합니다. NSAID의 염증 억제 기전이 뼈가 재생되는 초기 염증 반응을 방해하여 골 형성 과정을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정형외과 학술지(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에 게재된 동물 실험 연구에서는 NSAID가 골절 부위의 섬유성 조직 형성 및 광물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 따라서 골절 치료 중인 환자는 진통제 복용 시 의사와 충분히 상담해야 합니다.

4. 진통제, 똑똑하게 복용하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진통제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복용할 수 있을까요?

  • 복용량 및 간격 엄수: 반드시 제품 설명서에 명시된 1일 최대 복용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권장 복용 간격을 지켜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은 4시간 이상, NSAID 계열은 6시간 이상 간격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 교차 복용 시 주의: 한 종류의 진통제를 복용했는데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같은 종류의 약을 또 복용하기보다는 다른 계열의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최소 2시간 이상의 시간 간격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만성 통증은 의사와 상담: 통증이 너무 잦거나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복용해야 한다면, 단순한 통증이 아닌 다른 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자가 진단 및 자가 치료보다는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여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 기저 질환 고려: 특히 간 질환, 신장 질환, 위장 질환, 심혈관 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진통제 복용 전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해야 합니다.

진통제는 우리의 통증을 경감시켜주는 유용한 약이지만, 오남용할 경우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약’이라는 생각에 안일하게 대하기보다는,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현명하게 복용하여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라도 진통제 복용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나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언제든지 약사나 의사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문헌:

[1] Acute Liver Failure Study Group. (2005). Acetaminophen-induced acute liver failure: results of a United States multicenter, prospective study. Hepatology, 42(6), 1364-1372.
[2] 대한신장학회 유튜브 채널 ‘내 신장이 콩팥콩팥’ - NSAID와 신장 건강 관련 영상 (2023.01.26. 기준, 채널 내 공개 영상 정보 확인 필요)
[3] Curhan, S. G., et al. (2012). Analgesic use and the risk of hearing loss in women. The American Journal of Medicine, 125(10), 967-972.e1.
[4] Schmidt, M., et al. (2010). Duration of treatment with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and impact on risk of death and recurrent myocardial infarction in patients with prior myocardial infarction: a nationwide cohort study. Circulation, 121(18), 1965-1973.
[5] Gariépy, M., et al. (2013). Cardiovascular risk of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in patients with prior cardiovascular diseas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173(16), 1500-1506.
[6] Mattei, G. A., et al. (2014). Medication overuse headache: an update. Current Pain and Headache Reports, 18(2), 393.
[7] Pountos, I., et al. (2009). The effect of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on bone healing: a critical review. Journal of Bone and Joint Surgery. British volume, 91-B(10), 1279-1285.


이 블로그 게시물은 의학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으므로, 건강 관련 문의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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